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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충전

한국인들은 어떻게 술을 마셨을까? 한국 술의 역사

by 아요트페 2020. 7. 4.

한국인의 술상. 한국인들은 술을 어떻게 만들고 마셔왔을까요?

우리에게 전하는 여러 고문헌에는 우리의 선조들이 음주와 가무를 즐긴 민족이란 사실이 잘 나타나 있습니다.

 

고구려 건국설화에서 천제의 아들 해모수와 하백의 딸 유화가 합환주를 들고서 동명성왕을 낳았다는 사실이 나오죠. 이를 통해 예로부터 결혼할 때는 술을 빚어 부부가 함께 마셨을 것을 유추해 볼 수 있죠.

 

동명성왕 이야기 속의 술의 기원

 

우리나라에도 술에 관련된 신화나 전설이 존재합니다.

 

천제의 아들 해모수가 지상에 내려와 놀다가 연못가에서 물의 신인 하백(河伯)의 세 딸을 만났습니다.

 

그녀들의 미모에 반해 사랑에 빠지게 된 해모수(解慕漱)는 그녀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하여 술을 권하죠.

 

기꺼이 그 술을 받아 마신 큰딸 유화(柳花)는 술에 취하여 수궁으로 돌아가기를 거부,

마침내 해모수와 하룻밤의 달콤한 사랑을 나눈 유화는 열달 수 커다란 알을 낳는데 그 알 속에서 나온 것이 주몽(朱蒙)이랍니다.

 

이 주몽이 후에 고구려를 건국한 동명성왕(東明聖王)인 것은 한국인이라면 익숙한 이야기이죠.

 

또한 삼국사기 고구려 대무신왕 편에는 지주(旨酒)를 빚어서 그 효력으로 한()의 요동태수를 물리쳤다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전투를 하기에 앞서 병사들에게 술을 하사하여 사기를 높이고, 나라의 큰 행사 때도 술을 나누어 마셨다는 뜻일 테지요.

 

일찍이동쪽의 활을 잘 쏘는 민족, 즉 동이족(東夷族)’들은 추수 때 천신에게 제사 지내며, 음주와 가무를 즐겼다(위지 동이전)는 기록이 남아 있는데요,

지금도 중국의 길림성에 살고 있는 조선족들이 한족들과 구별되는 것은 야유회를 가면 술을 마시고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춘다는 점이니 수천년 동안 내려 온 풍습이 문화적으로 뿐만 아니라 유전적으로 굳어져 버린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네요.

 

그러면 삼국시대의 술 문화는 어떻게 발전했을까요?

 

삼국시대에는 술 문화가 대단히 발달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이 시대에 이미 술이 상업적으로 판매되기도 했으며, 통일신라 시대에는 술이 특수 계층을 넘어 일반 백성들에 의해 양조되었다고 합니다.

 

일본 최초의 역사책인 고서기(古書記)에는 백제의 장인이었던 수수거리(須須許理)가 응신 천왕에게 술을 빚어서 대접했다는 기록이 있는데 그는 이 일로 하여 일본의 주신으로 대우를 받게 되었다. 삼국의 술 양조 문화와 기술이 일본에도 전래되었음을 시사하는 대목인데요.

삼국 시대 각국에서 술문화가 고도로 발달 했음을 알게 해주는 기록입니다.

 

포석정. 이렇게 술을 마시기도 했다는..

 

삼국이 통일되는 과정에서 중국, 구체적으로는 수나라, 당나라와 여러 차례 전쟁을 치렀는데, 이러한 접촉으로 인해 이 시기에 엄청난 문명의 교류가 일어났죠.

 

시간은 흘러 고려 시대에 진입하고 이러한 과정을 거쳐 고려 시대에는 체계적인 양조술이 정착된 것으로 보입니다. 이에 따라 누룩 제조법과 각종 약주의 제조법도 크게 발달하게 됩니다.

 

이규보, 국선생전

 

고려의 유명한 문인 이규보(李奎報)는 술에 대한 찬미가를 지었습니다. 전체적인 주제야 위국충절의 교훈과 군자의 처신 경계(警戒)’라는 엄근진한 구절로 정리할 수야 있겠지만 사실 그는국선생전(麴先生傳)’을 저술하여 누룩()의 덕을 칭송하면서도 지나치면 모자람만 못하다는 의미에서 그 남용으로 인한 폐해를 경계하는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작자의 문집 『동국이상국집』 전집(前集) 20과 『동문선』에 수록되어 있습니다.

국선생전의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국선생전'은 술을 의인화한 '국성'의 일생을 통해 바람직한 인간의 모습을 나타낸 가전체로서, 작가는 주인공인 '국성'을 신하의 위치에 설정하여 유생(儒生)의 바른 삶이란 신하로서 군왕을 모시고 치국(治國)의 이상을 실현하는 데 있음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어렵게 들리는데 무려 중학생 독후감 필독선에 등장하는 작품이라고 합니다.

 

현대 한국인의 대중적인 술 소주의 전래법은 그럼 어떻게 탄생했을까요?

이는 원 나라 침공과 함께 들어온 기술입니다.

원 나라의 침공 이후로는 소주 제조법이 전래되어 양조 기술에 다양한 변화를 가져온 것이죠.

 

이러한 증류주 양조 기술은 시간이 지나면서 각 지방의 조건에 맞게 다양하게 변화합니다.

그 결과 조선 시대에는 각 지방마다 유명한 토속주가 뿌리를 내렸죠. 이에 따라 선비들의 술문화도 크게 발달합니다.

 

주된 양조 방법으로는 누룩으로 밑술을 먼저 앉힌 다음, 그에 더해 덧술을 첨가하는 방식으로 발전하는 양상을 보입니다.

 

이런 식으로 양조된 팔도의 명주를 열거해 볼까요.

l  경기의 삼해주,  약산춘,

l  충청의 소곡주, 노산춘,

l  평안도의 벽향주, 감홍로,

l  영남의 과하주, 송엽주,

l  호남의 호산춘, 두견주

등을 언급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토속주들은 아쉽게도 그 명맥이 지금까지 온전히 유지되어 오진 않는데요.

구한말에 주세 제도가 생긴 것이 그 이유입니다.

이로 인해 각 가정에서 술 만드는 것이 금지되는 바람에 이러한 토속주들이 자취를 감추게 된 것인데 안타까운 일입니다. 일제 강점의 폐해는 주류도 피해갈 수 없었던 것이죠.

 

그러나 해방이 된 이후로 다시 민간의 일부에서 제사, 혼사, 회갑연 등에 사용하는 술을 밀조하기에 이르고, 다행히 이것이 토속주의 명맥이나마 잇는 계기가 됩니다.

 

 

청주와 막걸리

 

우리나라에서 대중적으로 사랑 받고 독립적으로 빚어 왔던 토속주의 제조방법을 살펴 볼까요.

우리나라의 대중 토속주는 청주와 막걸리인데 이것은 모두 누룩을 이용하여 만든 술입니다.

 

누룩은 일종의 미생물 덩어리입니다. 그런데 이 누룩의 제조법은 지극히 간단합니다.

한 여름 찌는 듯한 더위에 밀을 거칠게 빻아서 솥에 찐 다음 자연 상태로 놓아두면, 온도와 습도의 영향으로 며칠 후 표면에 곰팡이와 효모가 뒤엉켜 누렇게 뜨게 됩니다.

 

누룩

 

참고로 누룩 제조에는 보통 밀을 이용하나, 쌀등 다른 곡물을 이용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누룩곰팡이는 빛깔에 따라 누룩곰팡이(황국균; Aspergillus oryzae), 검은곰팡이(흑국균; Aspergillus niger), 붉은누룩곰팡이(홍국균; Monascus anka, M. purpureus, M. barkeri ) 등이 있는데

막걸리나 청주에 쓰이는 것은 주로 황국균입니다. 이는 주로 곡물양조주제작에 쓰인다.

밀과 지푸라기를 섞어서 발효하며, 초산균이 먼저 번식하여 잡균이 제거된 후 누룩곰팡이가 번식하는 것이 이상적이라고 합니다.

 

청주와 막걸리 빚기가 이 단계에서 시작됩니다.

 

술 제조에는 당이 필수적입니다.

술을 빚기 위해서는 우선 곡물에 함유된 전분을 당으로 분해해야 합니다.

누룩에는 당화 효소가 듬뿍 들어 있어서 술밥을 당화시키기 적합한 것이죠.

 

우선 꼬들꼬들한 밥을 흐물흐물하게 죽처럼 만들고 마침내는 액체 상태로까지 변화시키는 것이 누룩의 작용입니다.

 

어떻게 이런 화학적 비밀과 메커니즘을 당시 사람들은 현대의 발달된 과학 기술도 없이 발견해 내었을까요?

요즘이야 당 분해 효소가 많이 개발되었고, 기술도 발전하여 곡물을 당화시키기 쉽지만, 그 옛날 예전에는 어찌 누룩이라는 것을 만들어 내게 되었는지 감탄스럽기만 합니다.

 

이제 효모가 나설 차례입니다.

누룩 속에 들어 있는 효모는 당을 분해시켜 마침내 알코올 발효를 일으킵니다.

 

누룩은 당화와 발효를 동시에 일으킬 수 있는 일종의 미생물 군집체입니다.

그래서 예로부터 주모나 술꾼들이 애지중지해 온 신비의 물건이었죠.

 

술이 다 익으면 액체와 고체로 나뉘어지는데, 바로 이 액체가 술이요, 고체는 술지게미입니다.

이 액체 술을 분리해 내기 위해 일종의 체에 해당하는 용수를 박습니다.

 

이윽고 이 용수에는 맑은 술이 고이게 되는데 이것이 청주(淸酒)입니다.

하지만 청주는 일종의 고급술로 인식되었는데 같은 작업에서 얻어지는 양이 적었기 때문입니다.

 

자연스럽게 서민층은 양이 적은 청주보다는 술지게미가 섞이기는 했어도(그래서 색이 탁하게 되는) 많은 양이 나오는 막걸리(濁酒)를 선호하게 됩니다.

 

막걸리와 빈대떡. 영혼의 단짝

 

우리나라의 술은 무엇일까요? 무엇을 우리나라, 한국의 술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요?

우리나라의 술이라고 하면 우리 고유의 전통적인 방법으로 제조했다거나, 아니면 최소한 우리나라에서 수확한 원료를 사용하여 빚은 술이어야 할 것임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이상과는 달리 현실적 조건으로 인해 이러한 인식에 전적으로 부합하는 우리나라의 술은 찾기 힘든 실정입니다.

오늘날 우리나라의 대중주인 소주나 막걸리는 원료를 거의 100% 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며, 이제는 제조 과정에서 누룩도 사용하지 않고 있는 것이 사실이니까요.

 

이에 반하여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쌀을 누룩으로 양조하여 빚는 청주. 이것야말로 우리 전통술의 맥을 이어주는 대중주라 할 수 있겠지요.

 

그런 의미에서 명절 때나마 우리의 전통주가 애용되고 있는 것은 그래도 다행스러운 일이라 하겠습니다.

 

참고로 익숙하지 않은 단어일 수 있는 밑술과 덧술의 정확한 정의에 대하여 알아볼까요.

밑술은 누룩에 있는 효모를 배양하여 활성화시키는 과정(소량의 곡물 사용)’,                                                    

덧술은 배양된 효모를 사용하여 본격적으로 술을 만드는 과정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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