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는 어떻게 만들어지는 걸까요? 단계별로 자세히 알아보죠.
맥주에 쓰는 보리는 따로 있습니다. 우리가 먹는 보리와 같은 종류를 쓰지는 않죠.
전분 함량이 높고 단백질 함량이 낮은 맥주용 보리가 그것이죠. 일반 식용 보리처럼 단백질 함량이 높으면 잡맛이 생겨서 맛에 좋은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맥주 특유의 쓴맛은 호프를 넣어서 만들며 흑맥주는 일단 보리를 볶아서 검게 만든 다음 이를 이요해서 만듭니다.
맥아 제조
보리 이삭에 적당한 수분을 공급하고 따뜻하게 온도를 맞추어 주면 싹이 틉니다. 싹이 적당히 튼 맥아는 이후 건조시키죠.
맥아는 건조 방법에 따라 효소의 활성이 달라지게 되는데, 이 때 띠게 되는 맥아의 색깔이 맥주의 색깔을 결정합니다.
그런 어떠한 원인으로 맥아의 색깔이 변화할까요?
주요 인자는 열입니다.
맥아 건조 시 열을 많이 가하면 초콜릿색이 되는데 이 맥아로 양조한 맥주를 농색(濃色) 맥주,
그렇지 않게 건조하여 보통의 옅은 색을 띠는 맥아로 양조한 맥주를 담색(淡色) 맥주
라고 합니다.
잘 아시다시피 시중에 유통되는 대부분의 맥주는 담색 맥주입니다. 우리나라에서 흔히 접하는 맥주 역시 모두 담색 맥주에 속하죠.
최근 우리나라에도 수제맥주를 만드는 곳이 많아졌습니다.
브루어리들은 브랜드와 포장에 개성을 부여하는 한편 자신들만의 특색 있는 맥아를 사용하기도 하죠.
당화
맥아를 잘게 부수어서 가루로 만들어 맥분을 만든 다음, 담금 솥에 넣고 65도 정도의 열수를 가하면 당화가 일어납니다.
이때 부원료로 옥수수 가루를 넣어 주더라도 역시 맥아의 효소가 있기 때문에 당즙을 얻을 수 있죠.
그 다음 이 당즙에 호프를 넣고 100°C로 끓입니다.
이 과정에서 당즙이 살균되는 것과 아울러 호프 특유의 향기와 쓴맛이 우러나게 됩니다.
이렇게 멸균된 당즙은 냉각 과정을 통해 식히고, 발효에 적정한 온도로 맞추어진 다음 발효조로 옮겨집니다.
발효와 숙성
발효와 숙성 역시 맥주 제조에 있어 매우 중요한 과정입니다.
발효조로 당액이 옮겨짐과 동시에 효모가 첨가됩니다.
이 때 발효조 내부의 온도, 공기의 양, 탄산가스의 압력 등 발효 조건이 잘 조절되어야 합니다.
효모의 종류가 발효시의 온도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좌우하는데, 즉 발효시의 온도는 효모의 종류에 따라 다른 것이죠.
상면 효모는 20도 내외에서, 하면 효모는 7도 내외에서 발효를 잘 일으킨다고 합니다.
또한 예상하다시피, 발효가 이루어질 때 효모가 당을 분해하는 과정에서 열이 발생합니다.
냉각 기술이 발전되기 전에는 20도 상온에서 이루어지는 영국식의 상면 발효가 맥주 양조 기술을 주도했습니다. 하지만 현재는 10도 이하로 온도를 유지하는 냉각 기술 이용에 무리가 없으므로 오늘날의 맥주 양조에서는 주로 독일식의 하면 발효가 이용됩니다.
발효의 초기에는 먼저 효모가 맥즙과 발효조 상단의 빈 공간에 있는 산소를 이용하면서 활발하게 증식합니다.
이 과정이 지속되면 해당 공간의 산소가 언젠가는 고갈이 되겠죠.
이제 그 다음 단계로 발효조 내부에 있는 산소가 고갈이 되므로 효모는 알코올 발효를 개시합니다.
알코올 발효는 산소가 없는 상태에서 효모가 생존하려는 방법입니다.
발효시 효모는 당을 분해하기 시작하며 에틸 알코올과 탄산가스를 부산물로 내놓습니다.
효모가 주로 내놓는 부산물은 에틸 알코올이지만 이 때 이와 더불어 수백 가지의 다른 미량 성분들이 부산물로 생성됩니다.
이 성분들은 맥주의 아이덴티티에 직결되는데요, 이들이 맥주의 향기와 맛에 큰 영향을 주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알코올뿐만 아니라 다양한 성분들의 발생량을 잘 조절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통상적인 발효과정에서는 1주일 정도의 전발효가 진행된 후, 1~3개월 가량의 숙성(후발효) 기간이 필요합니다.
전발효 기간 중에는 주로 당이 에틸 알코올로 전환됩니다.
이러한 복잡한 과정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것을 보면 자연계는 참으로 오묘한 조절 기능을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것을 발견하고 적용하는 것은 인간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연 속에서는 인간을 포함한 누구도 영원한 강자가 될 수 없습니다.
발효 초기 효모는 20분마다 2배로 증식을 합니다. 그러다가 산소가 고갈됨에 따라 증식이 멈추는 대신 악조건 하에서 알코올 발효를 일으키며 생존을 유지하는 메커니즘입니다.
그러나 알코올농도가 점점 높아감에 따라 효모는 활성을 잃고, 알코올 농도가 4% 이상이 되면 효모는 자가용해(Autolysis)되기 시작합니다.
이제 바톤은 다른 생명체로 넘어갑니다.
효모의 전성기가 끝나고 이번에는 유산균이 번식하기 시작하는데 유산균은 젖산과 미량의 향미 성분들을 생성합니다.
하지만 젖산의 농도까지 높아지면 유산균 역시 자가용해된다.
이런 후발효의 과정을 위해서 필요한 것이 숙성 과정입니다.
전발효만 이루어져도 맥주를 얻긴 얻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전발효만 일어난 상태의 맥주는 향이 밋밋하고 맛이 거칠죠.
맥주의 향과 맛은 후발효에서 결정되기 때문입니다.
라거맥주vs에일맥주
에일(Ale)과 라거(Lager): 맥주의 효모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발효가 끝나면 거품과 함께 위로 떠오르는 효모를 상면 효모, 밑으로 가라앉는 효모를 하면 효모라고 하지요.
앞서 말했다시피 냉장 기술 발달이 이루어지기 전인 19세기 이전에는 상면 효모가 대부분이었으나 오늘날은 주로 10도 이하의 낮은 온도가 필요한 하면 효모가 이용됩니다.
보통 상면 발효시킨 맥주를 에일(Ale), 하면 발효시킨 맥주를 라거(Lager)라 합니다.
따라서 라거 맥주 공장은 하나의 거대한 냉장고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에일 맥주의 특징은 향기죠.
시트러스 과일 계열이나 꽃 향이 나는 것이 특징으로 향긋하고 상큼합니다.
대표적으로 호가든, 1664블랑 등이 이에 속한다.
라거 맥주는 우리나라 대표 맥주들을 포함하는데요.
가벼운 풍미, 시원한 청량, 그리고 부드러운 목넘김이 주된 특징이죠.
한국의 대표 맥주 브랜드인 카스와 하이트가 여기에 속합니다.
여과 및 포장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는 말. 맥주도 예외가 아니지요. 맥주의 여과와 포장은 미관뿐만 아니라 위생적인 관점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지닙니다.
냉장 기술뿐만 아니라 현대 사회에선 모든 기술이 혁신적인 발전을 보여왔습니다. 여과 기술도 그 중의 하나입니다.
맥주 발효에 참여한 효모나 유산균 등 미생물까지 완벽하게 걸러 낼 수 있는 오늘날의 여과기술이 도입되기 시작하면서부터 세계 각지에서는 ‘병 생맥주’ 논쟁이 벌어지곤 합니다.
전통적으로 병 맥주는 병입한 후에 맥주 내에 있는 미생물을 죽이기 위하여 약 62°C로 저온 살균을 했습니다.
하지만 저온 살균의 온도를 보시죠. 이것은 살균이라는 측면에서 저온이라는 것이지, 사실은 잠깐이나마 맥주가 지금까지 겪어왔던 온도보다 훨씬 높은 온도에 노출되는 것입니다.
즉 맥주의 온도가 올라가서 일단 데워지게 되면 향미 성분이 화학 변화를 일으켜 맥주의 맛과 향이 약간은 변하기 마련입니다.
음식물이 신선했을 때, 그리고 그것을 나중에 구웠을 때의 맛이 다른 것과 같은 논리이죠. 둘 다 맛있을 수 있지만 똑 같은 맛은 아닙니다.
따라서 이전까지는 병입한 후의 저온 살균 여부에 따라 생맥주와 병맥주를 구분하곤 했습니다.
어떤 맥주의 향과 맛이 좋은가 하는 것은 결국에는 소비자의 기호에 달려 있습니다.
저온 살균 대신 미세 여과 방식으로 미생물을 제거할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병입한 이후 저온 살균하는 방식 대신 미세한 여과 방식으로 미생물을 제거한 맥주는 ‘병 생맥주’라는 하이브리드한 이름을 지니게 되었습니다.
맥주의 맛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맥주를 마시는 잔까지도 세심히 생각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습니다.
현대의 맥주 제조사에서는 이러한 맥락에서 자사의 맥주에 맞춰 제작한 전용잔을 만들어서 판매합니다.
해당 맥주의 맛을 가장 살리려면 전용잔에 담아서 먹어야 한다는 마케팅인데 과학적 근거 유무 여부와는 달리 상당히 성공적으로 자리잡았습니다.
맥주 전문점에서는 아예 이런 전용잔들을 따로 맞춰서 내놓기도 합니다. 맥주 전용잔의 종류에 대해서도 나중에 한 번 알아보죠.
주세법에 의한 맥주의 정의는 다음과 같습니다.
- 엿기름(밀엿기름을 포함한다. 이하 같다), 호프(호프 성분을 추출한 것을 포함한다. 이하 같다) 및 물을 원료로 하여 발효시켜 제성하거나 여과하여 제성한 것
- 엿기름과 홉, 밀 · 쌀 · 보리 · 옥수수 · 수수 · 감자 · 녹말 · 당분 · 캐러멜 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것 중 하나 이상의 것과 물을 원료로 하여 발효시켜 제성하거나 여과하여 제성한 것
- 위에 따른 주류의 발효 · 제성 과정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주류 또는 재료를 혼합하거나 첨가하여 인공적으로 탄산가스가 포함되게 제성한 것으로서 알코올분 도수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도수 범위 내인 것
이렇게 정의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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