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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충전

술잔, 그 깊고도 오묘한 세상

by 아요트페 2020. 6. 29.


술잔에 담긴 세상이여. 그 깊고도 오묘한 세상, 어디로 안내할지 모르는 신비여.

 

다도라는 말 여러분 잘 아실 것입니다.

다도라는 말이 언제 생겼을까요? 차 마시는 문화가 융성하기 시작했을 때겠지요.

 

다도에서 마시는 차보다도 그 자리에 참여한 사람들이 공유하고 있는 분위기가 제일이요, 다기(茶器)와 그 사용방법도 매한가지로 중하게 여깁니다.

차를 끓일 때 물방울이 기벽에 부딪혀 나는 소리를 즐기며 차의 빛깔과 찻잔의 어울림을 보면서 차의 맛을 음미합니다.

 

주도라는 말도 있지요. 주도와 다도는 완전히 같은 방식으로 작용하지는 않습니다만 주도에도 술 뿐만 아니라 많은 요소들이 개입합니다.

 

댜앙한 술잔

 

그렇다면 주도에서 술잔은 어떤 자리를 차지하고 있을까요?

쉽게 생각해봐도 다양한 술의 종류만큼이나 다양한 술잔의 종류가 머리 속에 떠오르실 것입니다. 이는 다른 종류의 음료들은 누리지 못하는 호사이죠.

 

 

사람들이 모여 축제를 벌일 때는 어디나 술이 곁들여집니다. 축제는 모인 사람들 모두가 술잔에 술을 가득 따르고 축배를 들면서 막이 오릅니다.

()이나 배()라는 말이 술 따르는 그릇을 뜻하는 단어들이었지만 나중에는 술 그 자체를 의미하게 되었는데한잔하러 가자고 하면 술을 마시러 가자는 뜻임은 말할 필요도 없겠지요.

 

사극 등에서도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술을 하사하면서 그에 대한 신임이나 신뢰를 나타내는 장면이 자주 등장하는 것을 아실 것입니다.

옛적에는 모임의 수장이 하사하는 술이나 또는 술잔이 신임도를 나타냈을 것입니다. 그래서 오늘날까지 운동경기에서 우승을 하면 술잔을 상징하는 인증패나 트로피를 줍니다. 물론 거기에 술을 따라 마시기는 좀 무리겠지만 그 상징성은 태고적부터 전해 내려오는 것이죠.

쉬운 예로 월드컵이나 대통령배 등의 ~배 글자의 대회들이 그 예이다.

 

 

인류가 처음 발명한 술잔은 자연을 그대로 이용한 것이었을 것입니다.

소뿔이나 조롱박 등의 자연에서 나는 그릇을 사용하는 데서 술잔이 시작했을 것을 쉽게 짐작해볼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그 후 문명이 발달함에 따라 석기, 목기, 토기, 자기와 여러 가지 금속잔이 만들어졌죠.

 

단순하게 만들어진 술 따르는 용기에서 형태나 무늬를 넣은 작품에 이르기까지 술잔들은 예술성도 점점 갖춰나가기 시작했습니다.

기능적인 면에서도 술의 종류나 마실 때의 기후 등에 따라 구별하여 다양한 잔이 탄생했습니다. 따라서 멋들어진 술잔은 술꾼들뿐만 아니라 수집용품 자체로도 인기가 있지요.

 

 

술잔에 관한 글로서 우리나라의 옛 기록들도 언급할 수 있는데, 조선 후기의 실학자 이익의 저서 성호사설에는 주기보(酒器譜: 술잔에 관한 내력)라는 글이 등장합니다.

이 글은 예부터 내려오는 술잔의 종류을 설명하는 글이지요.

술잔은 크기에 따라 다섯 종류로 나뉘고, 가장 작은 잔을 작()이라 하는데 알맞다는 뜻이라고 합니다.

반대로 가장 큰 잔은 산()이라 하는데 이 잔으로 마시면 취하여 다른 사람에게 책망을 받는다는 뜻이라 합니다.

오늘날 뿐만이 아니라 고금을 막론하고 사람들은 예로부터 술잔에 관하여 많은 흥미가 있었던 것입니다.

 

 

오늘날 술잔을 구분하게 되는 기준으로는 무엇이 있을까요?

술잔은 우선은 마시려는 술의 종류나 도수(알코올 농도)에 따라 다른 것이 사용됩니다.

 

향이 매우 강하거나 그다지 감미롭지 않은 술을 마실 때는 주둥이가 넓은(와이드 마우스 Wide Mouth) 잔을 쓰고, 향이 약하거나 미묘한 술에는 향을 모아야 제대로 이 향을 음미하고 감상할 수 있으므로 튤립처럼 주둥이가 모아진 잔이 사용됩니다.

맥주와 동동주같이 도수가 낮고 양이 많은 술에는 큰 잔이 사용되고 위스키나 브랜디 등의 고도주에는 작은 잔이 사용되는 것은 모두 잘 아실 것입니다.

그래서 평균적으로 술 한잔에 포함된 알코올의 양이 엇비슷하다는 이야기가 나왔겠죠.

 

술잔은 기능미나 조형미를 기준으로 나뉘기도 합니다.

즉 이 밖에도 술잔의 모양은 서양식 와인 잔같이 대롱이 있는 것과 보통의 컵과 같이 대롱이 없는 것,

그리고 독일식 저그(Jug)와 같이 두껑이 있는 것과 없는 것 등으로 나뉘는 것이죠.

 

대롱이 있는 것은 동양의 향로처럼 조형미를 멋들어지게 낼 수 있는데 이 잔을 이용하는 장점은 손에서 잔으로 전달되는 체온을 조절할 수 있는 것입니다.

와인잔을 예로 들어 설명하면, 그냥 보기에 예쁘라고 이렇게 만들어지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즉 화이트 와인은 낮은 온도로 저장된 상태로 마시는데 보통 때는 대롱만 쥐고 술을 마시지만 경우에 따라서 술이 담긴 부분의 밑을 손바닥으로 거머쥐기도 합니다.

그러면 낮은 온도에서 보존되어 있던 휘발성 향기 성분이 부드럽게 밖으로 나와 코끝을 자극하게 됩니다.

투구형으로 장식된 독일 맥주 잔은 대개 도자기로 되어 있는데 맥주 속의 탄산가스와 거품을 잘 보존하기 위해서 이러한 재료와 모양을 택하는 것이죠.

 

 

동양의 술잔은 대부분이 유리보다는 도자기제였습니다.

 

백주나 소주의 잔은 크기가 작고 청주 잔은 중간 크기이며 막걸리 잔은 커다랗다는 것은 우리나라 국민이면 모두 익숙할 것입니다.

우리나라나 일본의 청주나 중국의 황주 등 쌀을 원료로 만든 술은 50~60°C로 데워서 마시는데 도자기 잔과 잘 어울립니다.

금속으로 만든 잔도 있는데 금, 은잔은 최고급 재료로 만든 잔들이죠.

주석잔은 맥주의 신선도를 잘 유지시켜 준다고 합니다.

 

한국의 가장 대중적인 술, 소주를 먹는 소주잔이 어떻게 나눠지는지 한 번 살펴볼까요.

음식점에서 흔히 접하는 유리 소주잔은 가장 대중적인 소주잔으로 꽉 채웠을 때 대략 72ml 라고 합니다.

하지만 실은 이 잔을 완전히 채워먹는 일은 별로 없으니 실제로 먹는 양은 50~60ml정도라고 할 수 있지요.

유리잔에는 거의 항상 특정 소주 마크가 붙어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업소에는 주로 소주회사가 공급한 소주잔들이 사용되고 있는 것이죠. 자사의 상품명이 새겨져 있지만, 그 형태는 대부분 대동소이합니다. 보통, 상부는 원형이고 하부는 팔각형에다, 하부가 아주 두꺼운 형태를 띠고 있습니다.

 

문구가 새겨진 소주잔

 

개인이 직접 구매할 경우에는 아무것도 새겨지지 않는 투명한 깨끗한 무지 소주잔부터 온갖 캐릭터나 문구가 새겨진 소주잔(통상 술자리의 흥을 돋아주는 멘트나 얼큰하게 취한 이모티콘들이 그려져 있다)등을 구할 수 있습니다.

소주를 감지해 불이 켜지는 led 소주잔도 있다고 하니 흥미롭네요.

 

하지만 종이컵도 소주를 마실 때 빼놓을 수 없는 잔의 종류입니다. 일반 종이컵 말고 소주 전용으로 나온 종이컵이죠. 용량도 얼추 유리 소주잔과 비슷합니다.

이 종이컵의 소주잔 버전은 행사나 야외에서 주로 사용됩니다. 가득 채웠을 때 용량은 70ml 라고 하네요. 일부는 이 종이컵의 특별한 장점을 매우 좋아하는데, 바로 소주가 얼마 남았는지 보이지 않아 좋을 때가 있다는 것입니다.

과음 방지 측면에서는 좋은 점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고급소주잔으로 넘어가보면, 도자기 재질로 된 소주잔을 언급할 수 있습니다. 소주잔 역할을 하는 청자나 백자를 한 번쯤은 보신 기억들이 있으실 것입니다.

이는 유기잔과 더불어 가장 전통적인 소주잔으로 여겨지는 것입니다. 가끔 고급 증류소주, 전통소주를 살 때 포장에 포함되어 있는 일도 있지만 일반적으로는 오늘날에는 잘 보기 힘들죠. 제사와 같은 행사에서 쓰이기도 합니다. 같은 맥락에서 때로는 청주잔으로 쓰기도 한다.

 

유기로 된 소주잔도 있습니다. 물론 가격은 매우 높죠.

도자기 소주잔과 더불어 전통적인 소주잔이라는 의의가 있지만, 고급주를 사도 번들로 주는 일은 잘 없습니다.

 

등산용 소주잔도 있다고 합니다. 보통 금속제로 일반 소주잔보다 부피가 작으며 걸이가 달려 있어 등산시 휴대하는 가방에 매달 수 있다. 스텐레스, 또는 스테인리스스틸이 일반적이지만 드물게 티타늄으로 만들어진 것도 있다고 하네요. 물론 가격은 차이가 심하겠지요.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자연에서 얻은 재료를 그대로 가공만 하여 썼던 잔들도 있습니다.

오늘날에는 거의 자취를 감추었지만 그릇이 귀하던 옛날에는 소의 뿔로 만든 잔이 흔했던 것과 같은 일이죠.

이것을 본떠 만든 밑이 뾰족한 잔이 있는데 일단 술을 따르면 마시든지 아니면 들고 있어야 하지 술잔을 내려놓을 수가 없습니다.

우리말에는 술을 먹다라는 표현 말고도 다른 동사를 써서 음주 행위를 묘사할 수 있는데 이런 이유에서술을 들다라는 말이 나왔을지 모르는 일이죠.

 

술자리의 완성, 술잔

술만 있다고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술잔이 있어야 술자리가 비로소 완성되는 법입니다.

 

술잔이 술을 마시는데 사용되는 도구로서뿐만 아니라 생활에 멋을 더해 주는 장식물로, 또는 서로의 마음의 벽을 허물고 문을 열어 주는 상징물로 여겨진다는 것을 유념하며 술자리에 임한다면 술자리가 더욱 푸근해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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